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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지난 6월 24일 당·정·청 11인회의(현재는 12인회의)에서 처음 연정을 언급한 이래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7월 5일)과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7월 28일) 등을 통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공식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거부' 반응을 보이자 긴급 기자간담회(7월 29일)까지 열어 "내 제안을 거부하는 정치인들은 정치적으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하며 연정 수용을 압박했다. 야당도 국민도 설득에 실패 하지만 노 대통령의 연정론은 '지역구도 해소'라는 역사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결정타는 역시 연정의 파트너로 지목했던 한나라당이 '연정 거부'를 공식화한 점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1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법 하나를 개정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력까지 내놓겠다는 것은 실로 무책임하고 헌법파괴적인 생각"이라며 "저와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는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에 대한 '최후 답변'이자 "한나라당은 더 이상 연정론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로 읽힌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다음 대선에서 당당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을 때까지 국민이 부여한 야당의 길을 가겠다"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나눠주는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받을 의사가 조금도 없다"고 일갈했다. 노 대통령은 이렇게 야당을 설득하는 데도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도 역부족이었다. 이는 지난 7월 4일 <서울신문>을 통해 노 대통령의 연정구상이 보도된 이래 각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지난 7월 13일과 14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연정에 대한 찬성(39%)보다 반대(49%)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겨레>의 7월 30일 여론조사에서도 '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가 47.7%에 달한 반면 '동의한다'는 37.9%에 그쳤다. 특히 응답자의 59.5%는 노 대통령이 연정론의 근거로 제시한 '선거제도를 바꾸면 지역구도가 해소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노 대통령과 언론에 의해 연정론을 공론화한 이후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한겨레>의 여론조사에서도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26.6%에 그쳐 30%대의 지지율마저 붕괴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26일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에서도 23.1%의 지지율을 보여 지난 4월 26일 조사 때보다 16.1%나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 민심의 동요와 당정분리의 붕괴... "노 대통령은 제왕적 총재" 또한 노 대통령의 연정론은 호남 지지층의 동요를 불러오고 있다. 실제 노 대통령이 연정을 제안한 이후 호남지역 지지층도 이탈하고 있으며 열린우리당 소속 호남지역 의원들까지도 동요하고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호남권과 충청권의 지지층이 이탈하고 부산·경남에서는 지지율이 다소 상승한 것으로 분석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광주·전남지역의 민심이 연정론을 계기로 술렁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윤근 의원(전남 광양·구례)은 "민주당과의 통합도 못하면서 한나라당과의 연정이 무슨 소리냐는 분들이 많다"고 현지 민심을 전했다. 광주의 한 시민도 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요즘 '내가 왜 노무현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노무현한테 다 속았다'고 배신감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며 "노 대통령이 왜 불가능한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제안했는지 정말 궁금할 뿐"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와 함께 열린우리당 소속 광주·전남지역 의원들도 들썩거리고 있다. 신중식 의원은 "설문조사 결과 지역구민의 80% 이상이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반대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이 대연정발언을 거두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일부 광주·전남지역 의원들은 오는 8일 회동해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또한 노 대통령의 연정론은 '당정분리의 붕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노무현당은 없을 것"이라며 여러 차례 당정분리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그의 서신정치가 당에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면서 그 원칙은 무색해지고 있다. 이는 '수석평당원'이라고는 하지만 노 대통령이 '권력자'의 위치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신중식 의원은 지난 7월 29일 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최근 일련의 발언과 서신내용은 바로 과거 제왕적 총재 이상의 권능으로 당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내려보낸 교서나 칙령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한 당내 386의 대표주자인 송영길 의원마저 "여당 내부에서 치밀한 논의도 없이 대통령이 편지를 써서 제안하는 방식도 문제"라며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사당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온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남도당 위원장인 유선호 의원은 "당의 총의가 모이지 않은 상황에서 당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에 총리직을 제시하고 연정을 제안해 당원들과 당의 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했다"며 "어떠한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현재의 상황은 당으로부터 당원이 소외되는 현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신중식 의원도 "당 지도부는 (노 대통령의) 연정발언에 대해 '지당하신 말씀이다' '충성을 다해 받들겠다'고 얘기해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당원들과 의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연정을 지지해 어안이 벙벙하다"고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나라당과 국민들 설득하는 데도 실패하고 지지층의 이탈마저 초래했으며, 여당의 내부동요를 일으키고 자신의 '업적'으로 기록될 당정분리 원칙마저 붕괴시킨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연정 거부 이후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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