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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스포츠가 아닌 문화로 위상 높여야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9. 1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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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이문열도 유럽에선 무명 소설가
한국도 스포츠아닌 문화로 위상 높여야"
[인터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조직위 황지우 총감독
텍스트만보기   조성일(sicho) 기자   
▲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를 총괄하고 있는 황지우 총감독.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7월 북에서 열린 남북작가회의 때 조선작가동맹 관계자에게 북한 작가들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에 참가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그 관계자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었는데, 아직 답신이 오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반반이지만 최근 남북 관계가 좋아지고 있어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합니다."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를 총괄하고 있는 프랑크푸르트도서전주빈국조직위원회(이하 주빈국조직위) 황지우 총감독(53)은 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북한 작가들의 참가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황 총감독은 이번 주빈국 본 행사에 앞서 10월 15일, 16일 프랑크푸르트 시청 회의실에서 주빈국조직위와 독일 프리트리히 에베르트 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독일과 한국에서의 민주주의, 통일과 평화' 학술 심포지엄 프로그램 중 양국의 분단체험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작가 황석영과 독일 작가 토마스 브루싱, 그리고 아직 확정되지 않아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또 한 팀의 문인대담을 '깜짝 카드'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해 11월 불참 의사를 공식 통보해왔지만 독일 측에서 이와는 별도로 초청장을 보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어떻게 돼가느냐고 자꾸 물어오는데,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보자고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주빈국 행사를 치르게 되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올해로 57회째이며,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다. 다음은 황지우 총감독과의 일문일답.

-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준비상황은?
"지금까지 괴롭혔던 예산,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제야 벗어났습니다. 주어진 예산으로 모든 행사를 확정했습니다. 국고 120억원과 민자 및 현물 협찬 등 31억원을 합해 모두 151억원 규모에 맞춰 문학, 학술, 공연, 전시 등 5개 분야로 나눠 모두 30개의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지금은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실행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마지막 총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 이번 도서전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기본 콘셉트는 '대화와 스밈'입니다. 유럽인들의 심성과 취미에 한국문화가 스며들게 하고 대화를 통해 향후 문화적 교류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목표로 준비했습니다."

- 도서전을 준비하면서 견지하고자 한 원칙이 있다면?
"모두 4가지 기준을 세웠습니다. 독일 측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공동제작이 그 첫째인데, 이는 이번 행사를 통해 독일 에이전트들은 한국문화의 우수성과 상업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또 우리는 선진의 문화 기획력을 배워 상호 협력을 통한 향후의 지속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행사에 대한 사전 열기를 고조시키는 '예열 효과'이고, 세번째는 정보통신을 활용한 새로운 책에 대한 개념,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속에의 의지'입니다."

- 올해 들어 수차례 현지에서 사전행사와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를 테면 예열 효과를 노린 기획이었나.
"그렇습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예열효과'를 기대하며 실시한 한국문학 순회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언론과 작가들을 직접 만나면서 적극적인 호응을 얻어낸 바 있어 지금 현지의 기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인들 대부분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전쟁, 분단, 축구 정도일 뿐 자세히 모르는 게 현실인 점을 감안하여 영향력 있는 언론과 작가, 비평가들을 다각도로 직접 접촉하여 자세하게 설명하는 전략을 구사했는데, 주요 언론에서 특집기사를 다루는 등 상당히 효과적이었습니다."

- 한국의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은데.
"지속성 측면에서 기획된 '한국의 정원'은 영구 보전됩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한국의 정원에서 다양한 행사를 하면서 출판인들을 비롯한 세계 문화인들이 한국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기억의 장소로 기능할 것입니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이번 행사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주빈국관과 한국관입니다. 비중이 큰 만큼 주빈국조직위와 출판문화협회가 서로 역할을 분담했는데, 우리나라 출판문화를 전시하는 주빈국관은 주빈국조직위가, 비즈니스 성격인 한국관은 출판문화협회가 맡아서 책임 전시를 합니다."

그러면서 황 총감독은 특히 주빈국관의 핵심은 고인돌이라며 우리나라에 널리 산재해 있는 고인돌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귀중한 문화재라는 점에 착안하여 3m~7m의 규모의 30여 개 고인돌을 제작하여 '한국의 책 100'을 소개한다고 덧붙였다.

또 출판업계의 실질적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한국관은 100여 개 출판사가 참여하여 약 6천여 권의 책을 전시하는 등 예년에 비해 5배나 커진 규모이며, 작가 강연, 대담, 세미나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고 했다.

- 이번 행사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가.
"문화 행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것입니다. 자화자찬이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1992년 일본이 최대 규모로 행사를 잘 치렀지만 평가는 일방적으로 자국 중심적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일본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 쌍방이 대화하는 형식을 취하고자 하였습니다. 특히 나르시시즘에 빠져 보여주기보다 힘든 역사를 이끌고온 과정을 문학과 예술, 책을 통해 유감없이 보여줄 작정입니다. 그래서 논쟁이 있는 주제로, 진지하고 심각하고 대안을 찾는 고민이 있는 문화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 준비과정에서 이런저런 잡음도 있었다. 특히 번역도서문제를 둘러싸고 비판이 많았는데.
"거듭 말하지만 이 책들은 명저도, 대표작도 아닙니다. 외국에 한국을 홍보하는데 적합하다고 판단된 책을 선정했습니다. 사실 유럽에서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의 그림자에 뒤덮여 있습니다. 이문열, 황석영, 고은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할지 모르지만 유럽 땅에 발 딛는 순간 무명이 됩니다. 그래서 우선 유럽에 먹힐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어쨌든 당초 100권 중 83권은 독일을 비롯한 해외출판사와 출간계약을 했고, 나머지 17권은 국내에서 제작하여 가지고 갈 작정입니다."

- 이번 도서전이 갖는 의미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세계 110여 개국에서 30여만 명이 관람하고 기자만 1만2천 명이 모이는 행사입니다. 우리는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위상을 높여왔는데, 이젠 문화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도서전은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 그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지면서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라고 확신합니다."

- 준비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잘 아시다시피 민간 후원이나 협찬 유치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열심히 노력만 했지 저의 능력이 부족한 관계로 성과물이 미미했습니다. 스포츠 이벤트라면 서로 협찬 하려고 줄을 서는데, 문화 행사는 그렇지 않더군요. 우리 사회가 아직도 문화에 대한 투자 마인드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있을 거다'와 같은 시를 쓴 시인이고, 5·18광주항쟁을 담은 희곡 <오월의 신부>를 쓴 희곡작가이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이기도 한 황지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는 요즘 담배가 부쩍 늘어 하루 3갑 이상씩 피운다고 했다. 평소에도 2갑 정도는 피우는 골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고 좀 과하다 싶다.

머리 좀 매만져달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을 받은 황 총감독은 인터뷰 때마다 어김없이 화제에 오르는 머리숱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빠지는 차원을 넘어 이젠 자신의 머리카락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황지우 총감독은 어차피 행사는 코앞에 다가왔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전제 아래 지금은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국민들이 적극 후원해주고, 때릴 매가 있으면 행사가 끝난 다음 따끔하게 때려달라고 호소했다.
2005-09-11 11:35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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