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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논술 자료집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9. 2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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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논술 자료집
대전시교육청 발간 논술자료집, 철 지난 본고사형 논술 문제 가득
텍스트만보기   박병춘(hayam) 기자   
▲ 대전시 교육청이 제작, 일선고교에 배포한 논술 자료집
ⓒ2005 박병춘
<제시문 요약에 따른 논제 확정으로 논술 마무리하기>라는 책자가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2005년 9월 5일에 인쇄하여 같은 날에 발행한 논술자료집 표제다.

일선 교사 10명과 장학사, 장학관, 중등교육과장 등이 제작한 이 자료집을 들여다보면 철 지난 본고사형 논술 문제가 가득 실려 있다.

총 309쪽 분량의 이 자료집 안에는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8개 대학에서 지난 해 실시했던 수시 2학기와 정시 논술문제가 실려 있는데, 영어 지문을 먼저 해석하고 논술하는 문제와 수학 문제를 먼저 풀고 논술해야 하는 문제 등 125쪽부터 254쪽까지 무려 130쪽에 걸쳐 해설하고 있다.

▲ 이미 본고사로 판정된 내용을 자료로 실었다.
ⓒ2005 박병춘
더구나 실전문제로 제시한 논술문제는 지난 8월 말에 교육부가 제시한 논술가이드라인을 비웃기라도 하듯 영어 제시문과 수학문제가 버젓이 딸려 있다. 이 때문에 2006학년도 입시에 대비한 논술자료집이 아니라 아무 쓸모없는 기출문제 해설집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자료집 54쪽에는 '2006학년도 논술고사 대비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영문 제시문 이해 능력을 키우자'라는 항목까지 마련하여 자료집의 신빙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어지문 대비책
ⓒ2005 박병춘
자료집 55쪽에는 '2006학년도 수시 논술고사에서도 대다수의 대학들이 영문 제시문을 활용한 문제를 출제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제하고, '수시 모집 논술 문제가 정시 모집 논술 문제에 비해 영문 지문 활용도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영어 지문을 분석·이해하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관해 제작을 총괄한 대전시교육청 황기성 중등교육과장은 "9월 1일자로 발령을 받으면서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다양한 논술자료를 통해 일선학교 교사들과 학생들이 논술의 방향을 잡고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밝혀 논술가이드라인을 고려하지 않고 제작했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아울러 이 자료집을 제작하기 위해 기획연구를 맡았던 김정길 장학사는 "지난 7월 말부터 자료집을 만들기 시작하여 8월 말에 완성 단계에 있었다. 교육부의 논술가이드라인이 8월 말에 나왔는데 다 만들어진 책자 발간을 멈출 수 없었다. 자료집을 인쇄하여 배포하는 데 3백만 원 이상의 예산이 들었다. 논술가이드라인에 비춰볼 때 학교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는 교재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해 자료집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본고사냐 논술이냐를 놓고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된 바 있는 본고사형 논술 문제를 '2006학년도 대입논술대비자료'라고 내놓는 시교육청의 발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해마다 시교육청은 일선학교에서 학생 지도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교과목별 자료집을 끊임없이 발간한다. 그러나 이 자료집을 교실에서 활용하는 교사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불필요한 자료제작으로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 기회에 각종 교육자료 제작의 실효성을 충분히 검토할 때다.

전국 16개 시 도 교육청이 3조 원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불필요한 자료집을 만들어 예산 낭비를 자초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할까? 시교육청의 엄중한 반성을 촉구한다.
2005-09-22 21:39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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