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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탄압, 어쩌면 20년전과 똑같은지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0. 15.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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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탄압, 20년 전과 어찌나 똑같은지"
기륭전자 여성노동자 인권침해 고발... 회사측 "외부세력에 시달렸다"
텍스트만보기   김덕련(pedagogy) 기자   
▲ '인권단체 사회권전략팀'과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은 14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기륭전자 여성노동자 불법파견 실태와 인권 침해사례 고발을 위한 증언대회'를 열었다.
ⓒ2005 오마이뉴스 김덕련
"제대로 된 휴가도 없이 저임금과 불안전 고용에 시달렸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노동조합을 결성했지만 돌아온 것은 가혹한 탄압과 평생 일해도 벌지 못할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었다."

불법파견 및 저임금 불안정노동 문제로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기륭전자에서 일했던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원 김옥분씨(48).

김씨는 14일 오전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기륭전자 여성노동자 불법파견 실태와 인권침해 고발을 위한 증언대회'에서 노조결성 뒤 겪은 어려움이 떠올라서인지 몇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인권단체 사회권전략팀'과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이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증언자로 나선 김씨는 "노조가 결성되자 회사는 계약해지를 통한 해고, 노조탈퇴 강요, 근무부서 재배치 등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150명 정도 되던 노조원이 지금은 7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8월말 현장농성에 돌입한 뒤 회사가 바깥에서 걸어잠그는 형태로 출입문을 바꿔버려 실질적으로 농성자들이 안에 갇힌 상태"라며 "노조원들은 용역 경비원들 및 구사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3년 가까이 기륭전자에서 일했다는 또다른 증언자 정정순(51)씨도 "조합원 대부분이 여성(70여명 중 남자는 3명)이어서인지 회사의 탄압도 더 강하고 어려움도 많다"며 "빨리 비정규직이 없어져서 행복한 세상, 아름다운 직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기둥 노릇한 여성노동자들, 언제 대우받아 보려나"

기륭전자가 위치한 공단의 이름이 구로공단에서 서울디지털단지로 바뀌었지만 노동자, 그 중에서도 여성노동자에 대한 가혹한 현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1985년 '구로동맹파업' 당시 효성물산 노조위원장이던 김영미씨는 "20년 전에도 노조원 감금, 남자조합원들의 여성기숙사 난입 및 구사대 활동 등 노동탄압이 심했다"며 "(노동탄압 양상이) 20년 전 노조를 처음 만들 때와 어쩌면 그리 똑같은가"라고 개탄했다.

김씨는 "1985년 당시 11만명의 구로공단 노동자 중 80%가 여성이었으며 지금도 여성노동자 비율이 매우 높다"면서 "당시 주류였던 20대·30대 여성노동자가 20년이 지난 지금 40대·50대가 됐지만 여전히 저임금 생산직 노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증언자들에게 "여러분들도 10대부터 일하셨죠?"라고 물은 뒤 "이들은 가난한 집안의 생계를 위해 혹은 남자형제들의 학비를 대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일하며 한국 사회의 기둥노릇을 해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럼에도 가정과 사회에서 변변한 대우 한번 못 받고 온갖 수모와 고통을 당해왔다"며 "배우지 못한 여성들에게 계속 철퇴가 가해지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여성들부터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의 문설희씨는 "현대판 노예제나 다름없는 파견직 직종은 대부분 이른바 '여성직종'"이라며 "노동시장 구조의 성별분업화와 직결되는 비정규직의 여성화를 저지해야 함은 물론 궁극적으로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륭전자는 지난 11일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회사는 그간 불법농성 외에 민주노동당 등 외부세력에 의한 폭력과 폭언 등에 시달려왔으나 오직 합법적으로만 대처해왔다"며 "향후에도 지금까지처럼 법과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륭전자는 어떤 곳?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 52일째 현장농성 중

기륭전자(서울 금천구 가산동)는 '네비게이션'과 위성라디오 등을 만드는 회사로 코스닥에도 상장돼 있는 중견기업. 500여명의 종업원 중 생산직 노동자는 300명 정도인데 정규직은 10명 수준이고 나머지는 파견직(250명 정도) 및 직접고용 계약직(40명 정도)이었다.

지난해 매출 1700억원에 당기순이익 220억원을 기록한 탄탄한 회사임에도 생산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낮았다. 정규직의 경우 기본급 최저 100만원에 상여금 연 700%, 계약직은 기본급 70만원에 상여금 연 400%, 파견직은 기본급 64만1850원(법정 최저임금보다 10원 많은 금액)에 별도 상여금은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저임금 때문에 매달 70~100시간의 잔업 및 특근은 거의 필수적이었다는 게 노동자들의 하소연. 이에 노동자들은 지난 7월 5일 노동조합을 결성했으나 회사와 교섭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부는 지난 8월 5일 '정규직·계약직·파견직을 섞어 동일한 작업을 하게 한 것은 불법파견'이라며 기륭전자를 '불법파견 사용자'로 판정했다.

그러나 회사는 정규직화 대신 파견노동자를 계약해지하고 현장을 도급노동자로 채우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노조 간부 4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했으며 이와 함께 18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조는 지난 8월 24일 공장에 진입, 52일째 현장 농성 중이며 회사는 이에 맞서 지난 11일 농성중인 일부 라인에 대해 직장폐쇄 조치를 내렸다.
생산직 평균 임금이 64만1850원
기륭전자, 저임금에 '문자 해고'까지... 노동자들 11일째 점거농성
텍스트만보기   최석희·전관석(21kdlp) 기자   
▲ 회사의 정문 봉쇄로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농성 노동자들이 옥상에 올라가 밖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아래쪽으로 회사가 새로 설치한 감시 카메라와 철조망이 보인다.
ⓒ2005 최석희

서울 디지털 산업단지 2단지에 있는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에 맞서 지난 8월 24일 오전 80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생산라인을 점거한 지 벌써 11일째에 접어들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자 메시지로 해고통보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

기륭전자는 '네비게이션'을 만드는 회사로 사원 500명 정도의 중견기업이며 코스닥 등록업체이기도 하다. 생산직 사원 300여 명 가운데 정규직이 10명, 계약직이 30~40명, 나머지 250명 가량의 노동자가 파견직으로 일하고 있다.

2004년 220억의 단기 순이익을 올렸지만, 생산직 사원의 임금은 많지 않다. 법정 최저임금보다 불과 10원이 많은 64만1850원이다. 10년 넘은 정규직 사원의 기본급도 78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저임금 사업장이다. 이 회사의 노동자들은 불안전한 고용과 저임금, 그리고 한 달에 70~100시간의 잔업을 하면서 어렵사리 일을 해 왔다.

▲ 지난 5월초 일부 노동자들에게 보내진 '문자 해고 통보서'.
ⓒ2005 최석희
이 회사 한 노동자는 "주말이 무섭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쉬고 있는 주말에 해고통보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5월초 일부 파견직 사원들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00입니다.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세요. 궁금한 점 있으면 저에게 전화하세요'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받은 노동자들이 회사를 찾아가 해고 사유를 묻자 회사측은 '근무중 잡담', '말대답을 했다'는 이유를 댔다.

노동부도 불법 파견 인정

이런 상황을 지켜본 서울 남부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6월 30일 노동부에 기륭전자의 상황을 진정했고 7월 5일에는 200여 명의 조합원이 기륭전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동부는 지난 8월 5일 기륭전자를 불법파견사용자로 판정하고 25일까지 개선계획서를 노동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노동부도 기륭전자의 불법행위를 인정한 것.

노동부 비정규직 대책과 장화익 과장은 "기륭전자의 경우 혼재 근무를 실시하고 있어 불법"이라면서 "적법한 체계로 전환, 개선하겠다는 의사를 담은 계획서가 체출됐으며 현재 지방 노동사무소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륭전자는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정문을 2m 높이로 개조하고, 현장 곳곳에 20여 개의 카메라를 설치했다. 지난 1일에는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현장을 방문해 회사측과 면담을 진행하려 했지만 회사측이 정문조차 열어주지 않았다.

농성 중인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은 "현재는 각 층마다 철문을 만들어 농성 노동자들을 격리시키고 있다"면서 "회사가 점점 감옥처럼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륭전자는 현재 1년 이하 파견 노동자를 모두 계약해지하고, 현장을 완전 도급화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실한 교섭 원할 뿐"

농성 노동자들의 요구는 해고중단과 성실한 교섭 두 가지다. 농성을 시작한 뒤 두 차례 교섭이 있었지만 먼저 농성을 끝내라는 회사측의 요구를 노동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됐다.

김소연 분회장은 "노동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은 해고를 계속 진행중"이라면서 "노동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분회장은 이어 "계약해지 중단, 대표이사 면담이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설사 공권력이 투입된다고 해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1일 기륭전자를 방문한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농성중인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회사측은 단 의원과의 면담을 거부했다.
한편 기륭전자는 지난 8월 27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분규를 일으키고 있는 금속노동연맹 서울지부 남부지회는 합법적 대표성이 없으며 기륭전자가 노동부에 의해 '불법파견사용자'로 예비판정 난 것도 서류 및 운영상 미숙에 따른 것이지 불법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오마이뉴스>는 기륭전자 사태와 관련 보다 자세한 회사의 입장과 이후 계획을 듣기 위해 한관수 관리이사를 비롯 총무팀과의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사측은 "현 상황과 관련 회사측의 입장을 말할 수 없다, 다만 추석을 전후해 회사측의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만 알려왔다.
2005-09-03 18:30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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