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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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정. 올해 세계 언론의 화제가 된 말이다. 미국 의회의 국무장관 지명자
인준청문회 자리였다. 지명자 콘돌리자 라이스는 강조했다. “세계에는 폭정의 전초기지들이 남아 있다.” 폭정이라는 규정에 더해 “남아 있다“는
말로 파장은 더 컸다.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략해 정권을 바꾼 상황이었다. ‘남은 나라’의 이름까지 못박았다. 쿠바·미얀마·이란,
그리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그 나라의 “억압받는 사람들 쪽에 서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틈날 때마다 외쳤다. ‘폭정 종식’과 ‘자유 확산’을 부르댔다. 대한민국 안에서도 미국의 주장에 용춤추는 윤똑똑이들이 곰비임비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학자 닐 우드에게 ‘폭정의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그는 <미국의 폭정>에서 진실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빈민과 유색인종을 겨냥한 폭정만이 아니다. 흔히 미국은 여성에 대한 존중 또는 배려가 일상화해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우드가 고발하는 진실은 사뭇 놀랍다.
미국 여성은 1분에 2명꼴로 강간당한다. 매맞는 여성은 더 많다. 해마다 300만명이 ‘심각한 구타’에 시달린다. 미국 여성이 부상하는 으뜸 원인이 ‘가정폭력’이다. 사망 원인에서 두 번째다. 어린 시절 미국 여성은 4명에 1명꼴로 ‘성 학대’를 경험한다. 구타로 생명을 잃거나 학대당하는 여성들은 분명 미국 안의 ‘어두운 꽃’들이다.
미국에서 가정폭력으로 숨지는 여성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집 <어두운 꽃>을 낸 뒤 남편에게 맞아 숨진 여성은 ‘차별’받는다. 남편의 주먹에 맞아 죽은 미국 여성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 ‘백인남성 체제’가 통제하는 통신망을 타고 세계로 퍼져갈 수도 없다. 지구촌의 ‘공분’을 일으킬 수도 없다. 세계언론의 눈길은 여전히 쏠려 있다. 한 이슬람 여성의 비극적 죽음에, 그리고 한국에 온 백인 남성 조지 부시한테. 손석춘 논설위원 s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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