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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에이펙 반대 주장도 들어야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1. 18.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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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펙 반대’ 주장도 귀담아 들어야
사설
온 나라의 관심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회의가 열리는 부산에 쏠려 있다. 각국 정상이 모이고 내로라 하는 기업인들의 회의가 진행되는 한편에선 우리 정보기술과 문화를 뽐내는 각종 행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화려함에 가려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행사가 있다.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 반대! 부시 반대!’를 내건 부산국제 민중포럼과 관련 집회들이다. 어제까지 이틀 동안 진행된 이 행사에선 아펙을 “초국적 자본을 위한 무역 자유화와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관철시키는 도구”로 규정하는 각국 50여 단체가 대안을 논의했다. 주제도 무역 자유화와 미국의 대테러 정책뿐 아니라 여성, 이주 노동자, 교육 개방, 빈부격차 등 다양하다. 이들의 주장은 분명하다. 아펙이 진정 하나의 공동체를 지향한다면 일방적인 무역 자유화 논의에서 벗어나 역내 민중들의 삶을 개선할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칠레 포도부터 뉴질랜드 홍합까지 온갖 수입품이 쏟아져 들어오고, 어제 자정 서울을 시작으로 온 세계에서 프랑스 햇포도주 병이 차례로 열린 걸 생각하면, 이런 주장은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다. 수출 경쟁력이 살 길인데 과연 어쩌자는 것이냐는 반문도 나올 만하다. 하지만 이들은 “대안이 없는 게 아니라 찾으려 고민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이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더라도 부작용을 줄일 고민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선 이들의 주장을 존중해야 한다. 아펙 반대 행사 대부분이 허가받지 못한 채 열리는 지금 상황은, 정부가 최소한의 자세도 갖추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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