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관 시인, 그의 작품 세계는... | ||||||||||||
부조리에 저항하며 고향 마산을 지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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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정 기자 june20@idomin.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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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리고 힘겨운 몸을 이끌면서도 자유로운 영혼으로 평생 자유와 환경·사람·통일 등 시대
정신을 시를 통해 당당히 부르짖었던 고 이선관 시인. 머리와 손끝으로만이 아닌, 온몸으로 시를 쓰던 마산의 토종시인 이선관은 현학적이고 난해한 시가 아닌 단순하고 간결하게 하고자 하는 말을 풀어냈다. 몸짓이 서툴고 말이 어눌했지만 그의 시만큼은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포효했다.
‘번개시장에는 번개가 없고,/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국화빵에는 국화가 없고,/정치판에는 정치가 없네.’(‘없다’ 전문) 가벼운 농담 같은 단순함 속에 숨은 날카로움은 우리 사회와 자유를 이선관 특유의 유머와 해학으로 일갈했다. <씨알의 소리> 폐간에 일조한 시 ‘헌법 제1조’나 ‘애국자’, ‘없다’ 등은 시퍼런 투쟁 논리나 단어를 쓰지 않고도 날카로운 비수가 돼 세상을 두렵게 했다.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던 고인이 반체제 시인의 상징이었던 김지하 시인보다 먼저 시국 관련 시 때문에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당했던 일화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린하는 독재체제에 대한 저항에 전혀 머뭇거림 없었던 시인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따뜻한 통일 = ‘여보야/이불 같이 덮자/춥다/만약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따뜻한 솜이불처럼/왔으면 좋겠다.’(‘만약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전문) 짧다. 간단하다. 하지만 이 짤막한 한 편의 시를 읽노라면 “정말 통일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고 마음 속으로 가만히 되뇌게 된다. ‘정말로 소도 가는데/관료도 가고 기자도 가고/종교가도 가고 예술가도 가고/재벌도 가는데/정작 가야 할 사람은 가지 못하네/아무리 생각해도/백성의 정부가 맞는 말이지만/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지/반 년이 흘렀건만/정작 가야 할 사람들/이 땅의 백성은 가지 못하네/통일의 중심이 돼야 하는/이 땅의 백성은 가지 못하네’(‘정말로 소도 가는데’ 전문) 매섭다. 평범한 이야기들을 읊고 있는데 그 ‘평범함’이 날카로운 비수로 세상을 찌른다. 군더더기 없고 일상에 쓰는 가장 쉬운 단어로 간결하게 알맹이만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이선관의 시다. △환경 생태계의 파수꾼 = 그 자신의 몸이 온전치 못해서일까. 고 이선관 시인은 이 시대가 어떻게 병들어 가는지, 어떻게 사람이 죽어가고 어떻게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죽음 당하는지를 목도하고 환경 생태계의 파수꾼을 자처했다. 우리나라 환경시, 또는 생태시의 효시라고 해도 좋을 <독수대>는 환경시라는 단어조차 낯설던 1970년대 중반, 서슬 퍼런 유신독재 시대에 나왔다. 조국 근대화라는 거대 명제 앞에서 누구도 감히 ‘환경’에 관심조차 가질 수 없던 시절 시인은 환경시를 통해 개발 독재 아래 죽어가는 강과 바다, 황폐화되고 있는 조국을 고발했다. ‘바다에서/둔탁한 소리가 난다./이따이 이따이//설익은 과일은/우박처럼 떨어져 내린다./이따이 이따이//새벽잠을 설친 시민들의/눈꺼풀은 아직 열리지 않는다./이따이 이따이//비에 젖은 현수막은/바람을 마시며 춤춘다./이따이 이따이//아아/바다의 유언/이따이 이따이.’ (‘독수대 1’ 전문> △시인의 이야기 = 마산의 토종 시인이었던 고 이선관 시인에게 ‘마산’은 삶터이며 세상과 우주의 중심이었다. 창동 사거리도 시인과 만나면 시가 됐고 점심시간이면 나타나는 자유무역지역 후문 앞 포장마차도 시가 돼 세상과 만난다. ‘아무도 짝 지을 수 없는 혼자로/옷깃을 여미고 고개 숙이고/이국의 어느 낯선 거린양/창동 거리를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본다//(후략)(‘창동 네거리3’ 일부) ‘어머니’는 시인이 아무리 불러도 못다한 그리움이 남는 이름. 시인은 ‘어머니’ 연작시를 통해 자서전적 이야기를 풀어냈다. ‘어머님!/불혹의 나이도 중반으로 접어든 제가/돌아가신 지 14년째 되는/어머님을 새삼스레 부르며/어머님 세 글자를 또박또박 써보는 것은/어머님의 자궁에서 태어난/그 원초적 그리움 때문만도 아닌,/이제는 당당하게 두 녀석의/아비가 되어 가난하게 살면서도/부끄러움 아닌 자신감으로/어느 자리에서든 당당하게/글을 쓸 수 있다는, 아아 뜨겁게/노래할 수 있다는 마음 때문입니다.’(‘어머니1’ 전문) 1942년 마산에서 출생한 고 이선관 시인은 1971년 <씨알의 소리> 10호에 <애국자>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불교문화상·녹색문화상·통일문학공로상·교보환경예술부문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기형의 노래> <인간선언> <독수대> <나는 시인인가> <배추 흰나비를 보았습니다> <어머니> 등 12권이 있고, 올 하반기 13번째 시집 <나무들은 말한다>가 나올 예정이었으나 시인의 병세 악화로 발간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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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이선관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 ||||||||||||
마산의 터줏대감을 보내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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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webmaster@idomin.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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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개판인데
그걸 바로잡겠다고 칼보다 무섭다는 펜을 들고 나서신 선생님 창동에서 부림시장으로 부림시장에서 오동동으로 오동동에서 불종거리로 무던히도 바빴던 나날이었습니다 마산 시민들은 그런 선생님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선생님을 사랑하는 마산 시민은 선생님을 마산 터줏대감으로 받들었습니다 이제 하늘나라에서 하늘나라의 터줏대감으로 받들어지시겠지만 선생님이 비워두신 마산은 추위와 외로움이 몰아닥쳤습니다 뉘라서 조국 통일을 외치고 선생님이 하시던 것처럼 뉘라서 온몸으로 자유와 민주의 지킴이가 되겠습니까 선생님의 뜨거운 노래는 마산 시민과 함께 영원할 것입니다 안심하시고 편히 쉬십시오 /정규화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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