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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 수첩 폐지해서는 안 된다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2. 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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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폐지해선 안된다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까지 태워야 하나?

 

조영숙 객원기자 rainbow6302@naver.com

 

대중매체에 글을 기고하거나 방송에 나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언급을 하는 당사자에게는 어김없이 찬. 반의 의견이 뒤따른다. 이름하여 토론이니, 좌담이니, 무슨 수첩이니, 무슨 법정이니,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국민가수라는 조영남씨가 말 한 마디 잘못해 대중들의 시야에서 잠적하고 유명탤런트인 이승연씨는 정신대할머니들을 분노케 한 죄목으로 출연금지라는 배우로서는 최악의 유형에 처해졌다. 져널니스트는 국민이 알아야 할 권리를 신속하게 보도하는 직업이다. 그런 보도를 심층취재 하다보면 이해당사자 가운데는 가슴 뚫리는 상쾌함을 맛보는 사람도 있고 격분한 나머지 소리 없는 총이 있다면 기자들을 저격하고픈 충동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자들과 져널니스트들의 단두대와 처형장은 정해진 날과 시간이 따로 없으며 정해진 단두대와 처형장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 PD수첩 홈페이지.
그 보도와 발언이 자신들의 이익을 해치거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그 순간이 바로 져널리스트가 처형되거나 저격당하는 학살의 현장으로 바뀐다. 특히 인터넷이란 총구는 핵탄두보다 더 가공할 신무기로 몇 시간 내에 수천 개의 탄환이 발사돼 실수한 사람에게는 치명상을, 지지를 얻은 사람은 누리꾼들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금세 영웅으로 탄생한다.

경남도민일보의 객원기자와 경남민언련 회원의 자격으로 필자 역시 사회문제에 대해 많은 언급을 했고 그때마다 칭찬보다는 저격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정직한 발언을 했음에도 그 발언 자체가 제왕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면 어김없이 그 이발사는 처형대로 끌려가야 하듯 필자 역시 그런 곤혹을 수없이 치렀다. 지금도 내 기고가 실린 투고란에는 본문을 읽어보지도 않고 조영숙이라는 이름 그 자체를 뭉개야 할 타깃으로 여겨 무지막지하게 언어폭력을 쏟아 붓는 분들이 있다.

기자가 보도하는 지역문제나 사회문제는 확실한 증거에 의존해서 보도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윤리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경종의 의미로 보도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봉암천과 마산만의 오염은 무작위로 쓰는 세제와 생활하수, 밀집된 산업체의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라고 보도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확실한 증거에 의한 보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한다. 그러나 이 보도를 본 환경단체나 해당기관이 조사에 착수해 지나치게 오염을 발생시키는 산업체를 적발해 처벌했다면 그 회사에게는 그런 기사를 보도한 신문사나 기자가 바로 웬수(?)로 만일 그 신문을 구독한다면 당일로 구독사절통보를 하거나 이를 갈며 복수의 칼을 간다. 이런 게 바른 양심과 판단이며 도덕성일까?

가끔 신문에서 살인범이나 강도 및 절도범을 체포하면 향후 몇 년에 걸쳐 몇 명을 죽이고 몇 건의 강도질과 절도를 했다는 사실이 보도된다. 어떤 경우에는 수백 번의 범죄행위가 적나라하게 밝혀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범인을 체포해 범죄행각을 밝힌 수사관들도 유능해 뵈지만 평생 강도질하고 도둑질한 현장과 물목을 어떻게 저렇게도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혀가 내둘러진다.

내 개인적인 생각(어디까지나)이지만 민주적으로 범인의 묵비권을 옹호하고 인권을 지켜주며 신문했다면 과연 범인의 입에서 그 많은 범죄행각이 자동응답기처럼 저절로 터져 나왔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는데 형사의 주먹질 한 대마다 범죄행각이 하나씩 터져 나오는 '투캅스' 시리즈란 영화를 보며 느낀 생각이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14년 째 이어온 MBC의 PD수첩이 폐지된다고 한다. 그동안 그 프로는 사회정의를 밝히는 정의의 메신저였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에는 실수가 따르기 마련인 모양이다. 이번 황 교수 사건은 정말 유감이나 그들을 저널의 양심을 져버린 파렴치범으로 인정하기보다는 진실게임에 치중한 의욕 넘치는 져널리즘이 자초한 화근으로 여겨진다.

호랑이 없는 골에 여우나 멧돼지만 설치고 정력제 타령에 뱀들이 사라지고 나니 들쥐들의 세상이 돼버렸다. 그 프로가 없어지면 춤을 추고 기뻐할 집단이나 사람들은 모두 이 사회에 암약하는 악의 축들이 아닐까? 그 프로를 없애는 것은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짓이며 한 번의 실수를 트집잡아 천 번의 의로움을 뭉개는 천려일실에 비교된다. 누리꾼들의 이성적인 대응을 당부 드리고싶다. 등대지기의 한 번 실수가 있었다고 등대를 아예 없애거나 부숴 버리는 짓은 말아야지.

 

2005년 12월 08일 07:47:38 / 수정 : 2005년 12월 08일 1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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