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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천원이 없어서 쓸슬히 살아가는 민초등 앞에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3. 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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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여러분, 제발 이성을 차리세요
[긴급기고]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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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총선을 앞둔 정국은 급속히 냉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17대 총선을 1달여 앞둔 상황에서 정국이 탄핵과 반(反)탄핵이라는 여야 3당 중심의 구도로 재편되면 정당간 정책경쟁은 사라지고 정쟁과 비방만이 판치는 총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가 최근 탄핵 정국을 바라보는 원외정당으로서 시각과 입장을 담은 긴급기고문을 <오마이뉴스>에 6일 보내와 전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재신임 파동... 탄핵정국... 다음에는 또 무엇인가?

▲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2002 권우성
또다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번에는 대통령이 “이대로는 정국운영 못하겠다”며 재신임을 표명하여 정국이 요동치더니 이제는 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보수정치권의 공방을 지켜보고 있자니 답답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다. 최근 영세중소기업과 건축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전쟁이다. 썩은 보수정치권의 밥그릇 싸움 전쟁이 아니라 철근 구하기, 원자재 확보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한 영세철강회사 사장은 "지금 철근이 없어서 못 팔 지경으로 값이 뛰었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 이것 때문에 건설업체나 영세업체들 이윤을 못 내면 결국 경기가 안 좋아지고 나에게 부메랑이 돼서 오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서민들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이제 절망에 허우적대고, 이러다가는 이 나라 경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심각한 상황인데, 이런 판국에 정치권이 죽기살기로 벌이는 난장판을 그냥 두고 보기엔 국민들의 미래가 너무도 암울하다. 짚을 것은 짚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몇 마디 하고자 한다.

나라망친 보수정당 또 살려 주면 이젠 국민의 책임이다

탄핵이라는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만약 정당에 대한 탄핵제도가 있다면 16대 국회를 구성했던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은 모두 국민탄핵감이다. 보수정당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권력투쟁에만 몰두, 민생은 뒷전으로 제쳐놓더니 노무현 정부 출범 후에도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무현 대통령 출범 이후,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내부 권력싸움에 매진하다 결국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분당하면서 많은 민생법안을 무책임하게 사장시킨 전력이 있다.

일례로 지금 정동영 의장이 주장하는 ‘학교급식우리농산물사용’ 관련 법안도 작년 중반 여당의 내분사태 속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사장된 법안이 아닌가. 오히려 그것을 각 지역에서 주민 수십만명의 서명을 받아 학교급식조례로 만든 것이 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 민주노동당이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다. 자신들이 선거법을 누더기로 만들고 그 누더기 선거법마저 지역구 한 석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합의를 뒤집어 무산시켰다. 그리고는 선거법 처리를 위해서라며 교묘히 3월 방탄국회를 만들지 않았는가. 국민들에게 반성으로 날을 지새워도 모자랄 마당에 방탄국회를 소집하고, 이제 탄핵까지 거론한다니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양심이 있는지, 없는지 도대체 모를 일이다.

칼자루 쥔 노대통령... 본인의 언행에 정국이 요동치는 줄 모르는가

민주당이 총대를 메고, 한나라당이 정략적으로 탄핵을 부추기고 있지만 기실 이런 정국을 주도한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정국은 계속 요동쳐 왔다. 세상에 그 어느 당이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된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것인가. 장관 차출 등 총선에 모든 것을 내던지는 것도 물론이거니와, 야당이 반발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달라”느니 “개헌저지선 확보 못하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등의 말을 서슴없이 하는 걸 보면 노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일부러 만들고 또한 즐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나아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선관위의 주의조치에 대통령은 불만을 표시하고 법이 시대착오적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반발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지금 선거법에 억울한 사람이 어디 대통령 한 사람일 뿐이랴. 선거일에 일을 나가지 않고 투표를 하게 되면 생돈 7만원을 버려야 하는 가난한 일용노동자들이 150만명이고, 이들은 생존을 위해 참정권을 포기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들을 위해 투표시간을 저녁 9시까지 늘려달라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소위 열린우리당의 개혁적인 의원조차 “새벽에 투표하면 되지 뭘”하며 한마디로 일축했다고 한다. 새벽 5시면 집을 나서는 그들의 고단한 삶을 몰라서 하는 말인가. 이들 일용노동자들이 현행 선거법의 부당함을 몰라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닐진대, 대통령 또한 선거법에 불만이 있더라도 좀더 신중하게 처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은 아마도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이성 잃은 민주당, 이리저리 계산하는 한나라당의 추태

그러나, 대통령의 언행에 끌려 다니는 민주당과, 이를 즐기며 이해득실을 따지는 한나라당의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민주당은 탄핵을 주도하며 비장한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만 국민들은 이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노대통령의 신중하지 못한 처신도 싫지만 이런 것 때문에 탄핵이라니 한마디로 어이가 없는 것이다. 진심으로 조언하건대, 민주당은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지금 국민들이 보기에 민주당의 모습은 추락하는 지지도에 이성을 잃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흥분하며 무슨 일이든지 벌일 기세인 정치적 히스테리 환자이자, 현재의 정국을 한나라당이 내심 원하는 탈 차떼기 정국, 반노무현 정국으로 이끌고 가는 총알받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민주당에 무엇이 남는가. 제발 이성을 찾기 바란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탄핵정국에서 계산에 분주한 각 당 정치인들의 표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친노(親盧) 대(對) 반노(反盧)로 가면 반(反)노무현 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탄핵국면이 계속 되면 방탄국회를 연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이걸 대통령 재신임으로 연결하면 노무현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지 않을까’...

단돈 천원이 없어서 쓸쓸한 하루를 보내는 민초들을 앞에 두고

국민들의 냉소와 무관심 속에 정치인들만의 정쟁으로 끝날 대통령 탄핵논쟁은 중단돼야 한다. 대통령 역시 정국을 뒤흔드는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 앞으로 4년 동안 이 나라 민초들의 미래를 책임질 역사적인 총선거에서 대통령 탄핵이냐 비(非)탄핵이냐가 선택기준이란 말인가. 이런 무책임한 선거가 어디 있는가. 이제 이렇게 한심한 논쟁은 그만두고 진정 논쟁다운 논쟁을 하자.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부유세를 도입해야 하는가. 사교육비 문제, 교육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를 폐지하고, 대학서열화를 해소해야 하는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의 단계 철수와 평화군축이 필요한가. 이외에도 논쟁을 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세상을 죽이는 정쟁은 그만 두고 세상을 살리는 정책경쟁을 하자.

며칠 전 어느 동네 노인정 앞에서 만난 한 노인이 내게 해준 말을 보수정당의 정치인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 “...여기 노인정 할머니들은 고스톱이 유일한 소일거리인데, 점에 10원하는 고스톱도 돈이 없어서 못하는 할머니들이 많아요... 그 분들은 옆에서 하루종일 구경만 하고 가요...” 단돈 천원이 없어 하루를 쓸쓸히 살아가는 이 땅의 민초들을 앞에 두고 이 무슨 창피한 짓들인가. 그렇게 해서 국회의원이 된들 과연 행복할 것인가. 여야 정치인들의 자성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촉구한다.

2004/03/06 오후 12:40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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