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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페이지에는 아빠, 엄마와 딸로 구성된 단출한 한 가족의 모습이 보인다. 아빠는 쉬는 날마다 텔레비전을 보든 신문을 보든 소파에만 누워 꼼짝 않는다. 이런 아빠가 미워진 엄마와 예린이는 “우리가 없어서 아빠가 심심해할 때까지 나갔다 와 보자”며 길을 나선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일까. 집이 운동장도 아닐진대, 아무리 걸어도 현관문은 보이지 않는다. 한술 더 떠서, 엄마와 예린이는 이상한 나라의 거인 식탁 위를 걸어가는 것처럼 아주 작아져 버린다.
엄마와 예린이는 그렇게 ‘매콤매콤 보들보들 마파두부’를 해놓고 손자를 기다리는 중국 쓰촨성의 할머니, ‘하나하나 쏙 빼 먹는 쉬시 케밥’을 만드는 터키의 케밥장수 핫산, 배 위에서 ‘뜨끈뜨끈 후룩후룩 쌀국수’를 파는 베트남 아가씨 등을 차례로 만난다. 이들은 음식 대접에 그치지 않고, 엄마와 예린이에게 그곳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함께 풀어놓는다. 〈요리조리…〉는 출판사 창비가 실시한 제7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기획 부문 대상을 받은 책이다. 결말 부분에서는 식탁 위에 놓인 두 개의 인형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엄마와 예린이가 어떻게 작아져서 요리 여행을 떠나게 됐는지 추리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실마리다. 고학년. 최향랑 글·그림. -창비/1만3000원.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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