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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만7천원으로 선거방송 준비 완료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3. 2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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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만7천원으로 선거방송 준비 완료
[현장] 신장식 민노당 관악을 후보의 이색 인터넷 선거방송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황방열/김태형(hby) 기자   
▲ 인터넷 라디오 생방송을 하고 있는 사회자 최봄씨, 신장식 후보, 노정렬씨.(왼쪽부터)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지난 2002년 대선을 거치면서 인터넷은 가장 중요한 선거운동 매체의 하나가 됐다. 이번 17대 총선 출마자 중에서 개인 홈페이지를 갖지 않은 후보는 거의 없다. 이제 인터넷 생방송을 선거에 활용하는 수준까지 왔다.

지난 21일 밤 9시30분, 관악구 신림본동 길가 2층에 있는 신장식 민주노동당 관악을 후보의 선거 사무실. 선거 유인물 포장작업으로 분주한 4∼5평 남짓 되는 사무실의 한켠에서는 한창 인터넷 라디오 방송(www.jangsik.org/radio)을 준비하고 있다.

이 지역 당원인 사회자 최봄씨와 신 후보 그리고 PD와 기술직 1명이 이날의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장비는 컴퓨터 3대와 마이크, 그리고 기타가 전부. 기타는 지난주 방송때 후보의 노래를 듣고 싶다는 청취자의 요청에 따라 준비했다.

한 학생당원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라디오방송은 준비방송을 거쳐 이번 이 세 번째로, 이날 초대 손님은 '시사정치전문' 개그맨 노정렬씨.

"아무리 돌아다녀도 젊은 유권자 못 만나"

"낮에 아무리 돌아다녀도 젊은 유권자들을 만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 한 학생 당원의 아이디어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사이버 시대에 맞는 방식 아닙니까. 직접 얼굴 맞대고는 분위기상 못하는 얘기들도 많은데 채팅하다 보면 의견 개진이 너무 적극적이어서 깜짝 놀라곤 합니다."

신 후보의 말이다. 밤 10시 정각, 1시간짜리 방송이 시작됐다. 사회자와 신 후보가 '클릭, 신장식의 행복한 만남'이라고 외치는 오프닝 멘트가 아직은 어설프다.

▲ 생방송 도중 채팅을 통해 질문에 답하고 있는 신장식 후보.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진보정당'의 후보답게 신 후보는 민노당이 지난해부터 벌여온 학교급식 조례제정 운동과 파병 문제로 서두를 열었다. 학교급식은 무상으로 하고, 우리 농산물을 급식 재료로 사용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운동이 최근 13만명의 서명을 받았다는 것. 앞으로 1만명 정도의 서명을 더 받으면 서울시의 조례제정 사안으로 올라간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근 알카에다의 행동으로 추정되는 테러로, 수백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라크에 군병력을 파병했던 현 정권이 붕괴한 스페인 상황을 전했다. 새로 집권한 사회노동당의 총리가 철군방침을 밝혔다며, 이는 단지 스페인의 일이 아니며, '탄핵정국'에 가려져 있지만 바로 우리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중파에서 못 하는 얘기, 안 하는 얘기하자"

방송 시작한 지 10분 정도 지난 뒤, 개그맨 노정렬씨가 그야말로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영화촬영을 마치고 바로 오는 길이란다. 노씨는 신씨의 대학시절 연극반 선배다. 행정고시 출신 개그맨으로, 또 최근에는 집회 사회자로 나서면서 과감한 정치적 발언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대학졸업 후 '야비군' 훈련장에서 노씨가 개그맨 시험 준비를 할 때 재회했다고 한다.

"너무 꽉 짜놨네. 쉽게 재밌게 가자. 인터넷 방송은 공중파에서 안 하는 얘기, 응 못하는 얘기하는 거 아니냐. 욕도 좀 들어가도 돼."

잠깐 음악이 나가는 동안, 프로 방송인인 노씨가 충고한다.

노씨의 얘기를 들으면서 신 후보는 방송과 함께 개설해 놓은 채팅방을 통해 청취자들의 질문에 열심히 대답하고 있다. PD는 채팅 관리자를 겸하고 있다. 갑자기 환호성이 터졌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접속이 들어왔다. 대체 누가 듣는 건지, 지역 유권자들이 듣기는 하는 건지 불안한 가운데 캐나다 토론토라니 반가울 법하다.

노정렬씨가 가세한 이후 방송은 윤활유를 바른 듯하다. 신 후보의 학교선배인 자기가 여기에 출연한 것은 '진보적 연고주의'란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 JP, YS, DJ, 이회창 전 후보의 성대모사를 빌어 현 정국을 풍자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 주에 하겠단다.

"어느 당이든 인터넷 방송 많이 활용했으면…"

▲ 성대모사를 하고 있는 개그맨 노정렬씨.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탄핵정국에 대한 입장이 빠질 수 없다.

"이번 탄핵국면은 '대통령 노무현'에서 노무현에 방점이 찍힌 게 아니라 대통령에 방점이 찍힌 겁니다. 정몽준이나 '창'이 대통령 돼서 이런 상황이 됐다면 국민들은 나섰을 거구요. 대통령 씹어도 8배나 더 먹은 너희들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씹겠다는 겁니다. 민노당도 양비론으로 갈 게 아닙니다. 같이 썩었어도 썩은 정도를 구별해 줘야 합니다."

이에 대해 신 후보는 "그래서 우리 민노당은 야당다운 야당이 되겠다는 겁니다, 국민들은 지금 개혁과 진보가 공생하는 구도를 원하고 있습니다"라고 화답한다.

이어지는 노정렬씨의 결론은 이렇다.

"한―민당은 더 이상 표 달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앞으로 국회의원수가 299명인데요. 열린우리당 199석 먹고, 민노당 100석 얻으면 딱 좋겠습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요즘 착각하고 있습니다. 깃대만 꽂으면 되는 분위기라니까 공천탈락자, 비리연루자 막 받고 있는데 그러면 민노당에 표가 더 갈 겁니다."

다음 약속 때문에 먼저 일어서는 노씨는 이렇게 방송소감을 밝혔다.

"민노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어느 당이든 이런 인터넷 방송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생방송에서 하지 못하는 얘기들 많잖아요. 또 지역에 국한된 얘기들도 있구요. 이런 인터넷 방송은 지역주민들과 솔직하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얘기를 할 수 있잖아요. 채팅으로 궁금한 사안에 대해 직접 토론할 수도 있고요. 방송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직접 접하는 게 제일 재밌습니다."

추가 비용은 서버 호스팅 비용 월 2만7천원이 전부

신 후보가 기타를 치면서 두 곡의 노래를 부른 뒤 방송은 끝났다. 이 방송을 위해 추가로 지출된 비용은 방송에 따른 서버의 호스팅 비용 월 2만7천원이 전부였다. "돈 안 드는 선거 이렇게 하는 거 아닙니까"라는 이들의 말이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오는 28일 방송의 초대손님은 대학 4학년생으로 민노당의 비례대표 9순위 후보로 뽑혀 화제가 된 이주희씨다. 오는 4월 4일은 한겨레 기획위원인 홍세화씨가, 4월 11일에는 노정렬씨가 다시 나온다.

이번 총선에 거의 모든 후보자들이 홈페이지를 선거운동의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다음 총선때는 인터넷 방송이 일반적인 선거방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2004/03/22 오후 4:01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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