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돌콩이와 물렁이 하늘을 날다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3. 31. 11:31

본문

728x90
돌콩이와 물렁이 하늘을 날다
아이들 난생 처음 비행기 타고 날아간 제주도 여행기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 기자   
차돌처럼 단단한 막내의 별명은 '돌콩이'인데 반해 큰 아이는 성격이 여리고 겁이 많아 '물렁이'입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모두 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 역시 '탈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때입니다. 전에는 비행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쫑알거리더니만 요즘은 텔레비전에 자주 등장하는 고속전철에 대한 호기심이 절정에 달해 있습니다.

▲ 제주도 산굼부리에 있는 동물 동상. "너도 아이들 처럼 하늘을 날고 싶니?"
ⓒ2004 유성호

이런 녀석들을 데리고 호기심에서 약간 멀어진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갔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며칠전부터 녀석들은 다시 비행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묻기 바빠집니다. 돌콩이는 아직 정확한 자기 표현이 어려워서인지 별 질문이 없지만 물렁이는 제법 고난도(?) 질문을 해댑니다.

어떻게 비행기가 뜨느냐, 비행기는 고속전철보다 빠르냐 등등 저의 발뒤꿈치를 졸졸 따라 다니며 요모조모 캐묻는 바람에 얄팍한 지식이 거덜날까봐 혼났습니다. 물렁이는 어느새 '저항'과 '마찰'이라는 개념에 대해 어렴풋 알아가고 있는 듯했습니다.

▲ 물렁이와 돌콩이의 처녀 비행
ⓒ2004 유성호

공항에 도착하자 녀석들은 비행기가 어디 있냐고 아우성입니다. 그러다가 검정 선글라스에 진짜 총까지 메고 절도 있게 돌아다니는 공항경찰을 보고는 총을 사달라고 조릅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정말이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총은 반드시 어깨 끈과 탄창 부분이 있는 총이어야 한답니다.

간신히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탑승대기 구역으로 들어갑니다. 그때서야 비행기가 보이자 아이들은 또다시 관심 영역이 온전히 비행기로 바뀝니다. 이제는 왜 빨리 비행기에 타지 않느냐며 졸라댑니다.

서로 창가에 앉으려고 다투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돌콩이는 창 밖에 별로 관심이 없는 모양입니다. 중간 좌석에 앉아서 조용히 잘도 갑니다. 물렁이는 연신 창 밖을 보면서 신기함에 흡족한 미소를 짓습니다. 본래 멀미를 잘하는 물렁이는 끝내 비행기에도 흔적(?)을 남기고 유유히 제주도에 입성했습니다. 물렁이와 돌콩이의 처녀비행은 어른들의 기대와는 달리 싱겁게 끝났습니다.

▲ 산굼부리에 올라 탁 트인 곳을 뛰는 아이들
ⓒ2004 유성호

제주에서의 첫날은 기생화산인 산굼부리로부터 시작했습니다. 다랑쉬오름과 함께 제주 오름 중의 대표격인 산굼부리는 제법 크고 깊은 분화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 한림공원에 있는 공작의 우아한 자태
ⓒ2004 유성호

둘째 날은 한림공원과 소인국 테마파크 등을 돌아보고 오후에는 용두암 근처 방파제에서 바다 낚시를 했습니다. 조황은 '꽝'이었습니다. 눈이 멀지 않고서야 어찌 생짜 손에 고기가 걸리겠습니까.

▲ 한라산을 오르기 전 해발 750미터 성판악에서의 돌콩이
ⓒ2004 유성호

셋째 날은 아침부터 서둘러 성판악에서 한라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아이들이 있고 날씨가 나빠 1000고지만 밟고 내려 왔습니다. 그리고 정방폭포와 곰 인형 전시장인 테디베어 박물관을 둘러보고 인근 바닷가로 가서 어제 못 푼 한을 풀고자 낚싯대를 던졌습니다.

이번에 방파제가 아닌 물이 빠진 갯바위에서 용감하고 비장하게 대어를 낚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두 시간 정도 낚시 끝에 조황은 볼락 한 마리. 그래도 가족 모두가 자축했습니다.

▲ 곰돌이 인형이 잔뜩 있는 박물관 앞에서 물렁이와 돌콩이 형제
ⓒ2004 유성호

넷째 날은 제주 동부인 성산 일출봉을 둘러보고 귀경을 위해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제주도 택시 기사님의 친절한 설명으로 묘 주위에 돌담을 쌓는 이유 등 제주 풍습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을 풀 수 있었습니다. 말과 각종 가축을 방목하는 제주에서는 이들에 의해 묘가 훼손될까봐 돌담으로 보호를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집안 권세에 따라 돌담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부연설명입니다.

제주는 천혜의 자연 환경과 관광자원을 간직한 참 좋은 곳입니다. 그러나 섬 외곽의 해안도로와 도심을 제외하고 내륙 도로의 이정표 표시는 외지인들을 번번이 당혹스럽게 만들 정도로 허술했습니다.

또 일부 관광지의 입장료는 관광상품에 비해 다소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부분만 보완된다면 같은 "값이면 동남아로 가겠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시키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제주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은 수학여행을 다녀 온 중학생들에 의해 후미가 완전히 장악된(?) 가운데 시끌벅적하고 요란했습니다. 여행의 들뜬 기분이 채 가라 앉지 않은 학생들의 소란 속에 어느새 비행기는 김포공항에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아이들은 여전히 어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무덤덤하게 비행을 즐겼습니다. 다음 번엔 고속전철로 녀석들을 자극해 볼 요량입니다.

2004/03/30 오후 1:10
ⓒ 2004 Ohmynews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