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엑스트라가 없는 학교, 모두가 주인공인 칠산초등학교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9. 7. 02:07

본문

엑스트라가 없는 학교, 모두가 주인공인 칠산초등학교
텍스트만보기   오창경(och0290) 기자   
충남 부여군 임천면에는 전교생 26명에 교직원 9명인 칠산초등학교가 있다. 해마다 폐교 위기에 직면하지만 현재까지 꿋꿋히 이 학교가 지켜지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큰 학교에 결코 뒤지지 않는 학생들의 실력과 학교에 대한 학부형들의 애착 그리고 자부심이 바로 그것.

▲ 칠산초교 교정
ⓒ2005 오창경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경제성으로 따지면 칠산초등학교처럼 학생 수가 적은 학교를 폐교하고 큰 학교 한 곳으로 통합시키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칠산초등학교처럼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하고, 학생들 저마다의 소질과 특기를 계발해 일대일 맞춤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26명의 학생들이 모두 각 분야에서 대외적으로 받아온 상이 28건씩이나 된다면 경제 논리만을 앞세워 쉽게 폐교 처분할 수 있을까? 칠산초등학교가 살아남기 위해 그동안 기울여 온 노력들을 살펴보면 피폐해가는 농어촌 미래 교육의 대안으로 삼아도 좋을 듯싶다.

▲ 자랑스런 칠산의 아이들
ⓒ2005 오창경
칠산초등학교 교문에는 '동화 나라를 꿈꾸는 그림 같은 학교'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운동장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화단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다투어 피어있다. 거기에는 정석중 교장 선생님이 권위 의식을 벗고 정원사를 자처하며 잡초를 뽑고 철마다 꽃을 심는 솔선수범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 조롱박 터널을 직접 만들어서 힘을 모아준 학부모들도 있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한 교실에 두 개 학년이 동시에 공부하는 복식 수업을 하고 있어요. 교사와 학생 모두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좋은 점도 있어요. 교사가 전적으로 한 학년 수업에 열중할 수 없기 때문에 교사의 일방적인 학습 진행에 아이들이 따라오는 식이 아니라 주제가 주어지면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고 연구하는 습관이 배게 되었죠. 우리 아이들은 수학 문제 풀이에 있어서도 진도에 상관없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풀어나가요.”

4학년과 6학년을 동시에 맡고 있는 박은숙 선생은 복식 수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서 주는 것이 아닌, 잡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따로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이 정도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은 순전히 교사들의 노력이 크다.

산과 들을 배경으로 가족 단위의 영농을 하는 집 아이들이 많은 칠산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글에는 자연에 대한 따뜻한 감성과 농심이 돋보여 수상의 계기가 되었다. 특히 그림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은 칠산의 아이들에게 일대 일 맞춤 교육으로 교사들이 미술 지도를 꾸준히 해온 결과 부여군내의 미술 관련 상도 휩쓸게 되었다.

▲ 칠산학교 출신인 탤런트 겸 무술 감독인 정두홍씨와 이훈씨의 모교 방문.
ⓒ2005 오창경
칠산초등학교의 자랑 중의 하나는 상급학교로 진학한 졸업생들의 성적이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과 졸업생 중에 탤런트 겸 무술감독인 정두홍씨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정두홍씨와 탤런트 이훈씨가 모교를 방문해 26명의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대외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항상 통폐합의 우려를 안고 있기 때문에 학교를 위한 투자를 망설이게 됩니다. 그런 점이 학교 발전 저해 요인이 되고 교직원들의 의욕저하로 이어지게 됩니다.”

정석중 교장 선생님은 항상 이런 걱정을 하면서도 대규모 영농을 하는 젊은 학부형들이 많고 최근에는 ‘기린 산업’이라는 공단이 학구 내에 유치되어 인구 유입의 희망이 생겨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충청도 시골의 칠산초등학교에서는 이미 세계를 향한 인재 양성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 학부모들이 교정에 손수 만들어 준 조롱박 터널
ⓒ2005 오창경
“우리 학부형 중에는 일본인으로, 이곳에 시집을 온 분이 있어요. 그 분은 일본에서도 학사 출신이고 교수 능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본어 교육 자원 봉사를 부탁해 놓았어요.”

경제성만을 앞세워 농어촌의 작은 학교들을 무조건 통폐합시키기 보다는 칠산초등학교처럼 내실을 다져서 농어촌 미래 교육의 대안으로 자리하는 것은 어떨까? 이런 학교가 아직 우리 농촌에 있다는 것은 사교육에 치이고 변질된 우리 교육에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뜻이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26명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만든 칠산초등학교의 미래를 지켜볼 일이다.

▲ 부여군수 상을 수상한 6학년 강새봄 어린이가 학교폭력 예방을 주제로 그린 작품
ⓒ2005 오창경
2005-09-05 11:57
ⓒ 2005 OhmyNews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