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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장학지도가 뭐길래?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0. 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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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장학지도가 뭐길래!
장학지도를 며칠 남겨 두고 학교가 어수선해지다
텍스트만보기   서종훈(prmk) 기자   
일선학교에서는 거의 해마다 일선 교육청으로부터 교사들의 수업이나 여타 업무에 대한 지도를 받게 된다. 물론 그 지도라는 말이 풍기는 대로 위에서 아래로의 관리, 감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정말 머리털 다 뽑히겠네. 잠잠하던 학교가 이거 원 벌통 쑤셔 놓은 모양이야. 장학지도 한번 더 하면 사람 잡겠어."

지나는 말로 장학지도 업무를 맡고 계시던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선생님, 힘내세요. 모두 다 우리와 아이들을 위해서 그런 것 아니에요."

"젠장 나와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고. 장학사님들을 위한 길이 아니고…."

선생님의 비꼬는 듯한 말투에서 장학지도라는 것이 정말로 우리 아이들과 교사들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했다. 또한 업무담당자의 고충도 이해할만 했다. 선생님들의 수업에서 잡무 영역까지 모두 챙겨야 하는 고충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이런 장학지도가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들의 수업 때문에 왔으면 정말로 수업에 대한 확실한 조언과 도움이 있어야 할 것인데, 그냥 한번 보고 가버리는 일회성 행사로 대부분 끝나 버리니 정말로 교사나 학교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맞아요, 장학사들의 방문을 위해 며칠을 준비해 가며 교사들과 아이들이 고생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과 우리 교사들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 저도 헷갈려요. 정말 수업을 착실하게 준비해서 단 한 시간 특정 장학사에게 보여주고는 끝나버리는 수업 장학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단지 몇 명 장학사들의 눈치 살피기에 급급한 행정상 편의주의는 아닌지…."

몇 분 선생님들의 의견이 오고갔지만, 정작 장학지도 그 날을 위해 각자 업무로 돌아가 열심히 준비를 하는 분위기였다.

학교마다 장학지도가 계획되면 각급 학교에서는 며칠 전부터 장학지도를 준비하게 된다. 관리자들이 바뀐 지 얼마되지 않은 학교는 특히 더 바빠지게 된다. 아마 관리자들이야 상급기관과의 유대관계가 일선의 교사들보다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님, 그냥 평소처럼 해요"

또한 장학지도는 일선 교사들에게만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제일 먼저 학교 분위기를 감지하게 되는 것은 아이들일 것이다.

"선생님 혹시 장학사님들 와요. 갑작스레 하지 않던 일들을 하는 것을 보니 분명 장학사님들이 오는 거 맞죠?"

초등학교 때부터 위로부터의 장학지도나 수업 장학 등을 겪어본 대부분의 아이들이라 그 분위기를 곧잘 이해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그냥 평소처럼 해요. 수업도 그냥 하시던 대로 하면 좋겠는데. 괜스레 저희들에게 과제만 많이 내 주시고, 더 부담스러워요. 장학사님들도 분명히 교사생활을 해 보셔서 알 것인데, 일부러 이렇게까지 과장하거나 꾸밀 필요는 없잖아요."

아이들의 예리한 지적은 때론 교사인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맞다. 너희 말이 백 퍼센트 맞다. 하지만 선생님은 꼭 그렇게만은 생각지 않는다. 집에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생각해보자. 너희들은 너희들 사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지는 않을 거야. 청소라도 한번 더 하지 않겠니. 같은 이유야. 우리 학교에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그런 손님들에게 우리의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평소 때보다 조금 더 노력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니."

"에이, 선생님 그런 말씀 예전 선생님들한테도 이미 들었던 건데요."

이미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에 민감한 아이들은 대부분이 장학지도 혹은 수업장학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지 훤하게 알고 있었다. 마치 어른들의 치부를 보여주는 것인냥 부끄러워졌다.

일선 학교의 장학지도나 수업장학이 갖는 본령은 무엇보다 학생들과 교사들 간의 제대로 된 의사소통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 관찰한 바를 토대로 더 나은 교수ㆍ학습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그 토대를 마련하는 이들이 바로 장학사들일 것이다.

장학지도나 수업장학은 학생과 교사 간의 교수ㆍ학습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장학사들이 가지고 있는 임무의 대부분은 교사들의 수업과 관련된 직접적인 일이라기보다는 교육행정상의 업무 처리에 그 본령이 주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장학지도나 수업장학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장학지도나 수업장학의 본령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나 교육청 모두가 기존의 관점을 버리는 것이 우선이다. 장학지도나 수업장학은 그 본령이 교사와 아이들 간의 교수ㆍ학습에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거기에 맞추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선 상급기관에서도 그런 인식 아래 무엇보다 일선 교사들에게 교수ㆍ학습에 정말로 도움되거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단지 일선 학교의 행정상의 업무나 여타 관련 일들을 감시하고 감독하기 위해 나온다면 이는 다분히 본질을 왜곡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 아이들의 눈에 비친 학교와 교사의 모습에서도 여전히 부끄러운 모습들이 많다. 특히 수업장학이나 장학지도, 여타 상급 기관의 감사 등이 내려오면 정말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드러내기 힘든 부분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 이런 부분도 교육의 한 부분이니 계속해서 받아들이고 이해해라고 한다면, 이는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그들에게 책임을 다 하지 못하는 행동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꾸만 뇌리를 짓누른다.
2005-10-05 10:36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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